난 안양에서 태어났고,지금까지 쭉 안양에서 살아왔다.
유치원도 안양에서 다녔는데 그때 겪은 이상한 일을 하나 적으려고 한다.
어릴적에 유치원에서 지냈던 친한 친구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린 매우 친했고, 줄곧 같이 다녔다.
1986년의 일이었다.
그 친구의 이름은 민규...였던것 같다.
얼마전까지만해도 또렷하게 기억이 났던 이름이지만
군대를 다녀오고 여러가지 생각할 일이 많아져서였는지
아니면, 내가 간직헀던 순수한 우정을 잃어버린 어른이 되어서인지
지금은 흐릿하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 상당히 미안하다.
민규와 나는 상당히 친했고
우리 어머니와 민규 어미니도 덩달아 친했지신 겪이다.
유치원이 끝나면 나는 줄곧 민규네 집에가서 놀곤했는데
지금 기억으론 꽤 부유했던 가정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 안양에서는 한창 개발중이었고
그중 거의 개발초에 지어진 아파트.
비록 한층에 4개의 가구가 사는 구조였지만
그래도 그 당시 아파트는 모든이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 아파트의 13층이 민규네 집이었고,
또 매우 비싸보이는 피아노도 있었고
왠지 모르지만 멋져 보이는 그림도 거실 중앙에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바나나도 있었다.
그렇게 1년 정도를 친하게 지내던 어느날
어린 나에게 감당하기 힘든, 아니 실감조차 나지 않는 민규의 죽음이라는
충격적인 일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날 어머니와 나, 또 민규와 민규의 어머니는 유치원이 끝나고 중앙시장에서
떡볶이를 먹고 이것 저것 장거리를 본뒤 민규네 집으로 가게 되었다.
택시에서 내려 민규의 집으로 가는도중 민규의 어머니는
짐이 무거우니 먼저가서 집을 열어 놓으라고 했고, 민규는 알았다며
나보고 같이 가자고 했다.
평소같으면 같이 갔겠지만 그날따라 트럭에 실린 바나나가 눈에띄어
난 어머니를 졸라 바나나를 사려고 민규를 따라가지 않게 되었다.
할 수 없이 민규혼자 아파트 현관으로 뛰어 들어갔고
나는 어머니께 바나나를 사달라고 조르고있던 중이었다.
물론 어머니는 나중에 사준다며 나를 달랬고
나는 떼를 쓰고 사주지 않으면 가지 않겠다고
바닥에 주저앉아 손을 잡아끄는 어머니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그때 위에서 민규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고
위를 쳐다보니 민규는 열쇠를 가져가지 않아
문을 열수없다고 손을 휘휘 젓고 있었다.
그러자 민규 어머니느 핸드백을 뒤져보더니만
이내 열쇠를 찾아내 민규에게 바나나를 살테니 내려오라고 손짓을 했고
민규는 알았다고 했는데
어머니는 나를 바나나가 있는 트럭으로 데리고 가서 고르는 도중
꽝하는 엄청난 소리와 함께
과일트럭이 몹시 심하게 흔들렸고
놀란 우리는 사태를 파악하려고 트럭의 앞쪽을 살폈다
과일 트럭 운전석 부분이 몹시 찌그러져 있었다.
어머니는 황급히 내눈을 가렸고,
곧이어 뒤에 있던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조금 후 민규어머니의 비명에 가까운 절규가 이어졌고
난 내 눈에 들어온것이 민규라는 것도 알게 됐다.
그 일이 있은후 나는 유치원을 더이상 다니지 않았고
그 다음해에 국민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그 때 일은 좀처럼 잊혀지지가 않았지만
너무 무서워서 생각 하지 않으려고, 또 내색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시간이 흘러서 군대에 지원을 하게 됐고
군대가기전까지 시간이 좀 있어서 어머니와 많은 대화를 하던 도중
무심코 그때일이 생각나 얘기를 꺼내고 난후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
어머니의 말씀 빌자면,,
"난 그때 일이 생각하기도 싫을만큼 너무 끔찍하단다.
그때 그 과일 트럭이 없었더라면 지금 너도 이자리에 있을수도 없었어~
나랑 민규 엄마는 너네가 친해진 다음에 알게됐지
민규 엄마랑은 같은 불교여서 그런지 마음이 잘 맞았단다
그래서 꽤 친했어...
근데 내가 어느날 니 태몽 얘기를 하게 됐는데
그래. 민규 태몽 얘기도 듣게됐는데 그게 조금 불길했어
사내아이가 죽은 사람 묶을때 쓰는 끈에 묶여서 울고 있었다는게....
그게 태몽이라고 그러더구나?
그런데 내가 미신을 잘 믿는 성격에
너네 토정비결이라도 보자는 핑계로
안양에서 제일 용하다는 점쟁이를 수소문해서 갔지
가뜩이나 불안한데 불길하다 뭐 어쩐다 하기가 뭐해서 그냥 핑계를 댄거지
그래서 점쟁이집에가서 우선 니 점을 먼저 물었다.
뭐 중간에 위기가 있지만 조상의 도움으로 어쩌고 저쩌고 그러더니
부적을 하나 쓰라그래.
민규의 점을 물었더니 옛날 조상중에서 제대로 신내림을 받지 못하고 죽은 귀신이 있어서
다른 귀신을 부는 겪이라고, 좋지않으니까 마음의 준비를 하라그러데?...
뭐 방법을 물어봤더니 다음에 다시오라는 말만하고
그냥 나가라는거야
그래서 기가 차서 나왔는데 민규엄마는 표정이 너무 어두웠지
괜히 가잔 소리를 했나 싶더라고..
그 민규가 죽기 얼마전에 민규 엄마가 불길한 꿈을 꾸었는데
민규네 집.....현관에
검은 옷을 입은 귀신이 두손을 바닥에 대고
개처럼 바닥에 막~ 기어다니는 그런 꿈을 꾸었다고 그러데?
그런데.... 너 그거아니?
아파트 난간은 안전문제 때문에
어린 아이가 혼자 힘으로는 아래를 쳐다 볼 수 조차 없게끔 높게 만들어
민규가...
어떻게 아래를 쳐다보면서 얘기를 했는지 상상이가니?
그 난간이 어른얼굴정도 높인데....
그리고 그 무당 말이 맞았던거 같아
그래도 어린게 무슨 죄가있다고...
그 자리에 과일트럭이 없었다면 과연 니가 이 자리에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아직도 가슴이 벌렁벌렁한단다.
그애 엄마도 정신이 반쯤 나가서 지금 뭐하고 있으런지....
어머니는 계속 얘기 하셨지만 난 더이상 들리지 않았다
내 머릿속에는 검은옷을 입고 무릎과 손으로 바닥에 엎드린 귀신과
그 등을 밟고 난간에서 내려다보며 열쇠가 없어졌다고 손을 휘휘 젓는
민규의 모습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과연 트럭이 없었더라면 내가 민규를 따라갔더라면
나는 여기에 있을 수 있었을까?
과연 그점쟁이 말처럼 조상님이 날 구한걸까?
그 후로 자주 악몽에 시달렸고
지금도 가끔 꿈은꾼다.
[출처- 신해철의 고스트테이션/무서운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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